히로시마 내 사랑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9 | 마르그리트 뒤라스 | 알라딘

히로시마 내 사랑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9 | 마르그리트 뒤라스 | 알라딘


히로시마 내 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9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은이),방미경 (옮긴이)민음사2017-06-23

원제 : Hiroshima Mon Am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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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이사왔다> 아크릴 참 키링 (대상도서 1권 이상 구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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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100자평(6)리뷰(5)

기본정보
208쪽


책소개
독특한 작법과 문체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고, 『연인』, 『모데라토 칸타빌레』 등 영화의 원작으로 대중의 인기와 프랑스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은 작가, 그리고 말년에 35세 연하 청년 얀과의 뜨거운 사랑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마르그리트 뒤라스. 그녀가 1959년 집필한 시나리오 『히로시마 내 사랑』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9번으로 출간되었다.

뒤라스는 1958년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알랭 레네의 제안으로 ‘히로시마’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한다. 낭독하는 듯한 어조, 독특한 문장의 리듬감, 단순한 이미지 위에 덧입힌 복잡한 내면 같은 뒤라스만의 문체가 오롯이 드러난 이 작품에서 뒤라스가 그리는 것은, 원자폭탄 투하라는 참상이 벌어진 히로시마라는 공간의 이미지와 평행선으로 그려지는 한 프랑스 여자의 비극적 기억이다.

뒤라스의 목소리가 생생히 투영되어 제작된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의 시나리오가 출판된 것은 영화 개봉 다음 해인 1960년이다. 여기에는 영화에서 생략되었던 대사와 지문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시나리오에 이어 부록, 비망록, 주인공들의 초상이 덧붙여져 있다. 이 책은 영화의 토대가 되는 시나리오이면서 동시에 소설적인 요소를 포함한 여러 장르의 글쓰기가 혼합된 작품이다.


목차


시놉시스 9
서문 19

1부 21
2부 48
3부 73
4부 98
5부 128

부록
한밤의 명백한 일들 151
느베르 173
일본 남자의 초상 182
프랑스 여자의 초상 185

작품 해설 187
작가 연보 194



책속에서


P. 30 사랑에 빠지면 사람들은 절대 잊지 않으리라는 환상, 그런 환상을 갖게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나도 히로시마를 보면서 결코 절대 잊지 못하리라는 환상에 빠졌어요.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30쪽)
P. 135 당신을 만나요.
당신을 기억해요.
이 도시는 사랑에 꼭 맞게 만들어져 있네요.
당신은 내 몸하고 꼭 맞게 만들어져 있네요.
당신은 누군가요?(135쪽)
P. 136 시간이 흘러갈 거예요. 오직 시간만이.
그리고 시간이 오겠지요.
시간이 올 거예요. 우리를 이어 주는 것이 무언지 우리가 더이상 그 이름을 댈 수 없게 되는 시간이. 그 이름은 우리 기억에서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갈 거예요.
그런 다음 완전히 사라지겠지요.(136쪽)
P. 175 전쟁은 끝이 없었다. 내 젊음도 끝이 없었다. 나는 전쟁에서도, 젊음에서도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175쪽)
P. 178~179 그의 몸과 내 몸은 내게 더 이상 조금도 다르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의 몸과 내 몸 사이에는 명백하게 같은 점만 있었다.
그의 몸은 내 몸이 되었고 그의 몸을 내 몸과 도저히 구분해 낼 수 없었다. 나는 살아 움직이는 이성의 부정이 되었다. 이런 이성의 결핍에 대치될 수 있을 모든 이유들을 나는 다 쓸어 내 버릴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카드로 만든 성처럼 그리고 바로 상상으로만 만들어 낸 이유들처럼. 자기 자신을 그렇게 잃어버린 경험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나에게 먼저 돌을 던져라. 내게는 오로지 사랑만 있었을 뿐 더 이상 조국은 없었다.(178~179쪽) 접기
자기 자신을 그렇게 잃어버린 경험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나에게 먼저 돌을 던져라. 내게는 오로지 사랑만 있었을 뿐 더 이상 조국은 없었다.


349쪽 - Cinema Paradiso
P. 349 전쟁은 끝이 없었다.
내 젊음도 끝이 없었다.

나는 전쟁에서도,
젊음에서도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 Cinema Paradiso
이 세상 다른 어느 곳에서 생겨난 사랑보다, 죽음이 잘 간수되지 못한 그런 장소에사 일어난 사랑에 사람들은 더 믿음을 가진다. - 석영
계속 고통스러워하기엔 너무 젊다고들 한다. 날씨가 포근하다고 한다. 벌써 여덟 달이라고 한다. - 세탁소



저자 및 역자소개
마르그리트 뒤라스 (Marguerite Duras)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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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마르그리트 도나디외. 1914년 베트남 사이공 근교에서 태어나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1932년 대학 입학과 함께 프랑스에 정착했고, 1943년 ‘뒤라스’라는 필명으로 첫 소설 『철면피들』을 출간한다. 이차대전중에는 프랑수아 미테랑과 함께 레지스탕스로서, 1950년대에는 열렬한 공산주의자로서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알제리전쟁 반대운동과 68혁명 등 프랑스 현대사의 현장에도 함께한다. 1950년대 말 누보로망과 결부되기도 했던 뒤라스는, 특유의 반복과 비정형적인 문장으로 통속성과 서정성을 뒤섞어 자기만의 글쓰기 영역을 구축해간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 『모데라토 칸타빌레』 『히로시마 내 사랑』 『롤 베 스타인의 환희』 『부영사』 『사랑』 『죽음의 병』 『연인』 『파란 눈 검은 머리』 『에밀리 L.』 등 다수의 작품을 썼다. 자신이 직접 감독하고 촬영한 〈나탈리 그랑제〉 〈인디아 송〉 〈오렐리아 슈타이너〉 등을 통해 영화사에도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 마지막 책 『이게 다예요』를 출간한 이듬해인 1996년 3월 3일, 파리에서 세상을 뜬다.
1955년에 발표한 『동네 공원』은 작가의 초기작으로, 수차례 연극 무대에 올려졌다. 가정부로 일하는 스무 살의 여성과 행상을 하며 떠도는 중년의 남성이 공원 벤치에서 우연히 만나 나누는 대화로 이뤄진 소설이다. 일상과 행복, 삶과 직업, 앞날에 대한 불안과 기대, 현재의 결핍과 욕구 등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고독한 말 속에서 미약하지만 근원적인 유대가 싹튼다. 접기

수상 : 1984년 공쿠르상
최근작 : <밤의 선박>,<동네 공원>,<사랑> … 총 416종 (모두보기)

방미경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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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프랑스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옮긴 책으로 『플로베르』(편역),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뤽 페리의 『미학적 인간』, 쿤데라의 『농담』, 『삶은 다른 곳에』, 『우스운 사랑들』,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히로시마 내 사랑』 등이 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작 : <밀란 쿤데라 읽기>,<플로베르> … 총 2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프랑스 현대 문학의 거장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시나리오를 집필한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영상과 문학이 한데 어우러져 이뤄 낸 독특한 미학적 성취

▶ 예술성과 장인 정신을 섬세하게 융합시킨 작품.《뉴욕 타임스》

▶ 히로시마에서 시작된 이 러브 스토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최초의 현대적 로맨스 영화이다.《텔레그래프》

공쿠르 상 수상 작가이자 프랑스 현대 문학의 거장 마르그리트 뒤라스
알랭 레네 감독과 협업으로 완성한 아름다운 언어-영상 작품

독특한 작법과 문체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고, 『연인』, 『모데라토 칸타빌레』 등 영화의 원작으로 대중의 인기와 프랑스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은 작가, 그리고 말년에 35세 연하 청년 얀과의 뜨거운 사랑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마르그리트 뒤라스. 그녀가 1959년 집필한 시나리오 『히로시마 내 사랑』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9번으로 출간되었다.
뒤라스는 1958년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알랭 레네의 제안으로 ‘히로시마’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한다. 낭독하는 듯한 어조, 독특한 문장의 리듬감, 단순한 이미지 위에 덧입힌 복잡한 내면 같은 뒤라스만의 문체가 오롯이 드러난 이 작품에서 뒤라스가 그리는 것은, 원자폭탄 투하라는 참상이 벌어진 히로시마라는 공간의 이미지와 평행선으로 그려지는 한 프랑스 여자의 비극적 기억이다.
뒤라스의 목소리가 생생히 투영되어 제작된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의 시나리오가 출판된 것은 영화 개봉 다음 해인 1960년이다. 여기에는 영화에서 생략되었던 대사와 지문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시나리오에 이어 부록, 비망록, 주인공들의 초상이 덧붙여져 있다. 이 책은 영화의 토대가 되는 시나리오이면서 동시에 소설적인 요소를 포함한 여러 장르의 글쓰기가 혼합된 작품이다. 레네와 뒤라스는 원자폭탄 투하 이후의 처참한 이미지 위에, 낭독하는 듯한 메마른 목소리의 시적 내레이션을 싣고, 과거와 현재, 평온한 풍경과 폐허의 이미지를 교차 편집하여 보는 이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당대의 규범을 거침없이 뛰어넘는 글쓰기를 고집한 소설가과 새로운 영상 미학의 선두 주자인 영화감독이 만나 시적인 영상과 대사를 담은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도시는 사랑에 꼭 맞게 만들어져 있네요.”
히로시마에서 생겨난 사랑과 기억의 이중주

평화에 관한 영화를 촬영하러 히로시마에 온 프랑스 여성이 우연히 일본인 건축가를 만나 짧은 사랑을 하게 된다. 소설은 원자 폭탄 투하라는 참상을 겪고 복구에 나선 히로시마의 풍경과 함께 이들의 덧없는 사랑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미래에 대해 말하지 않는 사랑, 그러나 그만큼 절대적으로 순수한 그 사랑에 남자와 여자 모두 깊이 빠져든다. 그리고 일본 남자를 보며 그녀는 가혹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린다. 세계 대전 시기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군과 사랑에 빠져 몰래 만나 왔던 그녀는, 함께 도망치기로 한 날 총탄에 남자를 잃고 조국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삭발당하고 지하실에 갇히는 엄청난 치욕과 불행을 겪는다. 사랑하던 상대의 죽음과 자기 존재를 부정당하는 경험을 동시에 한 그녀는, 죽은 남자를 잊고자 고향 느베르를 떠나 남몰래 파리로 도피한다. 그러나 결국 잊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그녀 앞에 나타난 일본 남자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이 희미해짐을 깨닫고 새로운 사랑을 ‘히-로-시-마’라고 새로이 명명하며 사랑과 기억의 이중주를 끝내게 된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잊는지 지켜봐. 내가 어떻게 당신을 잊었는지 지켜봐.”
기억하는 힘과 잊는 힘, 그 사이를 통과하는 시간

『히로시마 내 사랑』의 첫 장면은 원자 폭탄 투하로 생긴 버섯구름으로 시작되고, 이어서 두 벗은 어깨가 모습을 드러낸다. 서로 끌어안은 두 어깨는 사랑의 행위에 몰두한 몸인지 죽음으로 향하는 고통에 사로잡힌 몸인지 분간되지 않는다.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이 장면은 작품 내내 독자의 판단을 좌우한다.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낸 그들은 새로 시작되는 사랑과 바로 눈앞에 다가온 이별 사이에서 갈등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개인의 과거와 비극적인 시대의 역사가 중첩되어 나타난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일본과 프랑스, 히로시마와 느베르, 현재와 과거, 가해자와 피해자, 사랑과 죽음, 기억과 망각의 중첩과 병치가 일어난다.
여자에게 히로시마는 단지 잠시 머물다 갈 곳,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곳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예기치 않은 사랑을 하게 되고, 또 그 사랑을 통해 과거를 다시 만나고 고통스러웠던 그 과거와 영원히 결별할 힘을 얻는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사랑이 찾아오고, 사랑을 하는 동안 기억하고, 사랑이 지나가면서 시간과 함께 잊을 힘을 얻는다. 히로시마라는 상실의 공간에서 찾아온 짧고 충만한 사랑은 이들에게 흘러가는 시간을 인지하고 유한한 인간의 삶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좋아요.
우리는 지나간 그 옛날을 마음을 다해 애통해할 거예요.
지나간 그 옛날을 애통해하는 것 외에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거예요.
시간이 흘러갈 거예요. 오직 시간만이.(본문 135~136쪽)

누벨바그 영화와 문학 텍스트의 강렬한 조우!

일반적으로 시나리오는 영화 촬영 전에 영화의 전반적인 얼개와 대사를 짜놓은 텍스트로, 종합 예술의 완결판인 영화의 미완성 버전이라 받아들여진다. 시나리오 텍스트인 『히로시마 내 사랑』역시 영화 제작을 위한 지문과 영상에서 실제로 발화될 대사가 공존한다. 그러나 『히로시마 내 사랑』은 준비용 텍스트가 아닌 독립적인 하나의 ‘작품’으로서 영화 개봉 일 년 뒤에 출간까지 이어졌다. 영화의 대중적 성공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텍스트 자체가 충실하게 ‘문학’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의 대사와 등장인물의 태도를 지시하는 지문뿐만 아니라, 시놉시스와 서문, 그리고 부록은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특별한 형태의 문학 작품으로 독자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후 뒤라스의 다른 소설들이 연이어 영화화되어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뒤라스에게 ‘영화적 글쓰기’라는 평가를 안겨 준 데에 『히로시마 내 사랑』의 성공이 큰 영향을 미쳤음을 생각해 볼 때, 이 작품은 뒤라스 작품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접기


평점
분포

8.2




전쟁이 휩쓸고간 두 도시, 히로시마와 느베르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광기와 욕망, 과거와 현재, 폐허와 재건. 무엇보다도 기억과 망각을 노래한다. 문학과 영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작품. 시나리오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이제 영화를 볼 차례다.
잠자냥 2017-08-05 공감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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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니 무언가 고루하구만...
MAKWANGSOO 2019-01-12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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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비망록 등 새로운 형식을
추구하는 작품, 히로시마와 느베르라는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을 병치시키며
프랑스녀와 일본남의 하룻밤 사랑과
독일남과의 전쟁 중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존재의지 2018-07-17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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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새번역으로 나왔네요. 부영사도 그렇고 뒤라스 작품이 계속 새롭게 출간되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하소아 2017-07-12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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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눈 앞에 선명한 장면이 펼쳐지는 것 같다. 회색 도시의 탐하는 마음과 몸에 맺힌 땀까지. 그것과 더불어, 영화를 위해 쓰인 코멘트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헬로팬더 2018-11-15 공감 (0) 댓글 (0)

마이리뷰


맞지 않는 옷을 아깝다고 입지 말자...
-20250207 마르그리트 뒤라스.

맞지 않는 책을 아깝다고 읽지 말자…
(주로 욕으로 끝나니까 뒤라스 팬은 조용히 돌아가시거나 저한테 뒤라스 할머니 대신 욕을 날려주세요…)

이 책 샀을 때 나름 인상 깊었다. 중고판매자는 모든 책 하나하나를 종이 재질 완충재로 감쌌고, 책마다 앙증한 북마크가 하나씩 꽂혀 있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어제’랑 김연수 에세이에서 보았던 ’속담 인류학‘을 사려다가 이거저거 다 담고 뒤라스도 아...안 맞던데 망설이다 그냥 담았다.



책 낱권마다 꼼꼼한 종이 포장재+종이 테이프




미공개 중고 책탑 (24년 10월 19일)…시험 전부터 나중 읽을 책 모으던 나새끼…




책마다 꽂힌 앙증한 책갈피는 덤. 인상 깊은 중고 판매자였다.

작년 10월에 산 이 책을 펼친 건...얇아 보여서? 시나리오라고 들었는데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겠지 싶어서… 뭐 망했죠… 오래도록 읽었다. 그리고 재미가 너무너무 없었다.

오늘 저녁엔 프랑스에서 펼쳐진 무슨 갈라 어쩌구 공연 라이브 영상들을 보았다. 풀밴드에 오케스트라까지, 편곡도 그럴싸하고 관객도 많고 무대도 멋지게 꾸며놨는데, 출연진 중 많은 가수들이 한국 사람이라 신기했다. 나랑 동갑인 케이티페리는 살을 많이 뺐는데 성대폴립 수술이라도 받고 왔는지 특유의 음색이 사라지고 맑은 발성을 쓰며 여전히 쩌렁쩌렁한데도 아...내가 알던 그 소리가 아닌데...혼자 그러고 있었다. 난 내가 젊어 보고 듣던 가수, 연예인들이 늙거나 변한 모습을 볼 때 쟤들이 저 정도면 난 얼마나 늙은 거냐...새삼 노화를 자각한다.

프랑스에 대한 동경이 가득한(배경이 자꾸만 프랑스야) 한국 작가 소설집을 본 적도 있고, 영화도 드라마도 파리 배경으로 하면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처럼 제목부터 파리 내세우는 게 많았던 것 같다. 파리 사람이 아닌 사람들은 그렇게 파리 패리스 하는데, 프랑스인들은 그럼 어느 도시를 창작 배경으로 삼고 싶을까...싶은데 뒤라스는 히로시마를 택했다.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이나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히로시마의 광경이 묘사되지는 않는다. 자기들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그 무언가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건강과 터전을 순식간에 소멸시킬 걸 제대로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어렴풋이는 알았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이 시나리오 속 프랑스 여자(부록에서 ’리바‘라고 부른다. 일본 남자 이름은 끝내 안 나온다. 여자가 넌 히로시마…한다)는 계속 알아요, 봤어요, 하면 일본 남자는 넌 몰라, 넌 못 봤어, 한다. 별 서사는 없다. 둘이 불꽃 튀어서 하룻밤을 보내고, 남자는 여자한테 반해서 계속 쫓아다니면서 또 만나고 싶다, 더 머물러라 하지만 여자는 나 파리로 돌아갈 거야, 하면서 첫사랑이던, 적군 독일인이던 죽은 남자를 떠올리고 그에 관해 일본 남자에게 말해준다. 그 사실을 들은 게 일본 남자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고는 여자가 떠나는 장면은 안 나왔지만 뭐 파리 갈 거라고 했으니 갔겠지.

부록에선 여자가 느베르에서 사랑하던 독일군 병사의 죽음을 겪고, 독일인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붙잡혀 삭발을 당하고, 가족에 의해 지하실에 갇히고, 미쳐 날뛰고, 그러다가 머리가 다시 자라고 느베르를 떠나 파리로 가는 이야기가 자세하게 묘사되는데, 이건 뭐 또 다른 영화 한 편 같다. 실제 시나리오에선 이런 배경이 깔려 있을 뿐 잠시 잠깐 느베르가 비춰지긴 하는데 자세하게 시시콜콜 보여주지는 않는 것 같다. 반대로 남자의 서사는 그렇게 자세하게 짜여져 있지 않다. 그냥 어떤 캐릭터인지 짜 둔 글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내가 이 책 읽는다 소리 들은 친구가 책표지나 영화 포스터를 본 건지 우와, 이 남자 되게 서양 사람 같네, 했는데 뒤라스는 일부러 일본 사람 같지 않고 서구적인 남자 캐릭터를 지시했다. 동양의 신비, 뭐 그딴 걸로 사로잡힌게 아냐! 이러면서 세계시민주의 인 듯 구는데… 그냥 괜찮고 잘생긴 남자라 좋아한 거야...하여간에 좋은 남자임 이러쿵저러쿵 다 괜찮게 자란 사람임… 그렇게만 그려놨다. 시나리오에서는 자신은 전쟁에 참여한 중이었고, 가족들은 히로시마에 있다 죽었다는 걸 잠시 언급하는데. 전쟁 파병도, 가족의 핵공격 희생도 다 인생 뒤틀어버릴 큰 사건이라 생각하는데 시나리오 안에도, 캐릭터 묘사에도 뒤라스는 그걸 하나도 고려 안 했다. 그냥 내 첫사랑이 죽었고 사랑했다는 이유로 수치스럽게도 삭발 당했어… 그런 충격과 절망만 묘사한다. 철저히 프랑스 여자 관점이다. 프랑스 중심을 벗어날 것처럼 지시했지만 이거 뭐… 초점 인물은 어디나 있어야 이야기가 중심이 잡히겠지만 남자는 그냥 납짝했다. 여자한테 반해 따라 다니는 소품 같았다. 잘생긴 액세서리 같았다. 히로시마라는 도시 자체가 그냥 난 이런 참상에 관해 자세히 보여주지 않고도 그걸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 하면서 사실 자기 하고 싶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도 안 보고 영화에선 삭제된 부분까지 포함된 시나리오만 보고 너무 예단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와...시나리오만 봐도 영화도 더럽게 재미없을 것 같아…

제목은 히로시마 내 사랑인데, 히로시마, 내 사랑이 아니었다. 일본 남자를 사랑한다고는 하는데 사실 그 사랑 하나도 모르겠고 히로시마에서 내 오래 전 사랑에 파묻혀 그걸 계속 곱씹고 그러면서도 계속 살아간 여자가 중심이었다. 대부분 이야기엔 주인공이 있고, 뭘 어떻게 이끌어갈지는 쓰는 자 마음이지만, 자기 이야기 안에서는 그래서 전능이겠지만, 내 마음이다, 하겠지만… 뒤라스 진짜 나랑 안 맞아. 이제 진짜 그만 봐도 된다. 삭이지도 못할 대작가한테 자꾸 얼쩡대다 퉤퉤 거리지 마라...ㅋㅋㅋㅋ마찬가지로 아니에르노도 집에 엄마가 사 둔게 한 보따리 있어도 더는 읽지 않는게 좋겠다. 둘이 비슷한 결은 아닌데도 묘하게 독서가 나한테는 재미없고 읽기 싫어서 꾸역꾸역 그래 뭐라 하나 끝까지 보자, 하고 참다가 아이시발, 하고 끝난다.



+밑줄 긋기

-그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는 영화에서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서나 사람들은 만난다. 중요한 것은 늘 일어나는 이런 만남들 이후에 이어지는 일이다. (9)



-비가 무서워지죠.
태평양 바닷물에 비처럼 내리는 재.
태평양 바닷물이 생명을 앗아가요.
태평양 어부들이 죽었어요.
음식이 무서워져요.
한 도시 전체의 음식을 내버려요.
온 도시들이 전부 음식을 파묻어요.
한 도시 전체가 분노해요.
온 도시들이 전부 분노해요. (32-33)


-그: 프랑스에서 당신에게 히로시마는 뭐였어요?

-그녀: 전쟁의 끝, 그러니까, 완전한 끝이요. 사람들이 그런 일을 감히 하려 들었다는 게…...경악스럽고…...그 일을 정말 해냈다는 게 경악스러웠어요. 그리고 또 우리에게는 알 수 없는 공포의 시작이기도 했죠. 그리고 또 무관심, 무관심에 대한 공포이기도….... (55)



-그는 아주 단호하게 자기 의견을 말한다.

그: 그렇군요, 마침내. 여기 히로시마에서는 평화에 대한 영화를 우습게 여기지 않지요. (76, 서래씨, 아니 찬욱씨, 마침내. 혹시 이 영화가 출처인가요? ㅎㅎㅎ아님 말어...)



-그녀: 하루가 다 지나고 밤이 새도록 나는 그의 시신 곁에 있었어요.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이 와서 시신을 거둬 트럭에 실었어요. 그날 밤 느베르가 해방됐어요. 생테티엔 대성당의 종이 울리고…...또 울리고….... 내 몸 아래에서 그는 점점 차갑게 식어 갔어요. 아! 죽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언제냐고? 정확히 몰라요. 나는 그 사람 위에 엎드려서…...그래요….... 그 사람이 죽은 순간은 정말로 기억에서 달아나 버렸는데, 왜냐하면…...왜냐하면 바로 그 순간에도, 그리고 그다음에도, 맞아, 그다음에도, 나는 죽은 그 사람 몸과 내 몸이 조금도 다르게 느껴지지가 않았으니까….... 그 몸과 내 몸 사이에는 같은 점만…...명백하게 같은 점만 있었다고요, 알겠어요? 내 첫사랑이었다고…....(큰 소리로 외침). (117)



-그녀: 아! 때로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건 정말 얼마나 좋은지.

두 사람은 아주 천천히 서로 떨어진다.

그: 맞아요.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에 대면서.) (123)


-그녀: 세상이 우리 앞에 내놓는 이런 난관들을 가끔 생각하지 말아야 해요. 그러지 않고는 완전히 숨이 막혀 버릴 거예요.

(마지막 문장을 말할 때 ‘바람’이 불게 한다.) (126)



-그녀:[나는 이제 조국이 없었으면 좋겠어. 내 아이들에게 난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가진 악의와, 무관심과, 영악함과, 애국심이 어떤 건지 가르칠 거야.] (134)



-그녀: 당신을 만나요.

당신을 기억해요.

이 도시는 사랑에 꼭 맞게 만들어져 있네요.

당신은 내 몸하고 꼭 맞게 만들어져 있네요.

당신은 누군가요?

당신은 나를 죽여요.

나는 굶주리고 있었어요. 배신과, 불륜과, 거짓말, 그리고 죽음에.

오래전부터.

어느 날 내 앞에 당신이 불쑥 나타나리라 짐작하고 있었어요.

한도 끝도 없는 조바심 속에서 조용히 당신을 기다렸지요.

나를 삼켜 버려요. 당신 모습대로 나를 바꿔 버려요. 당신 이후 어떤 남자도 왜 그렇게 엄청난 욕망이 내게 휘몰아치는지 알지 못하게.

내 사랑, 우리 둘만 남을 거예요.

밤은 끝나지 않을 거예요.

아무에게도 이제 날이 밝아 오지 않을 거예요.

절대. 다시는 절대. 마침내.

당신은 나를 죽여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좋아요.

우리는 지나간 그 옛날을 마음을 다해 애통해할 거예요.

지나간 그 옛날을 애통해하는 것 외에 우리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을 거예요.

시간이 흘러갈 거예요. 오직 시간만이.

그리고 시간이 오겠지요.

시간이 올 거예요. 우리를 이어주는 것이 무언지 우리가 더 이상 그 이름을 댈 수 없게 되는 시간이. 그 이름은 우리 기억에서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갈 거예요.

그런 다음 완전히 사라지겠지요. (135-136)



-거기에서 사랑은 용서받지 못한다. 느베르에서 사랑은 죄가 된다. 느베르에서 행복은 죄악이다. 권태는 허용되는 덕목이다. (156, 부록 ‘한밤의 명백한 일들‘ 중)



-도시에 있는 남자들은 모두 독일 사람들뿐이었다. 나는 열일곱 살이었다.

전쟁은 끝이 없었다. 내 젊음도 끝이 없었다. 나는 전쟁에서도, 젊음에서도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여러 종류의 윤리 도덕들이 이미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175, 부록 ‘느베르’ 중)



-그녀가-히로시마에서-그 일본 남자에게 내어 주는 것, 그것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진 가장 귀한 것, 현재 시점의 그녀 표현을 따르자면, 느베르에서 자신의 사랑이 죽고도 살아남았음이다. (186, 부록 ‘프랑스 여자의 초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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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5-02-08 공감(30) 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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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히로시마, 나는 느베르

전쟁은 끝이 없었다. 내 젋음도 끝이 없었다. 나는 전쟁에서도, 젊음에서도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175쪽

독일군 병사를 사랑한 죄로 프랑스 여자인 리바는 집의 지하실에 감금된 채로 머리를 삭발당한다. 죽은 것으로 기억되야 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경험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나에게 먼저 돌을 던져라. 내게는 오로지 사랑만 있었을 뿐 더 이상 조국은 없었다.- 179쪽

그녀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이렇게 사랑하는 독일군 병사가 강둑에서 총을 맞고 죽어가고 있을 때 루아르 강둑에서 같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이후 히로시마에서 평화에 대한 영화를 찍으며, 거기서 만난 일본남자와의 하룻밤 사랑으로 그 기억을 되살린다.



그녀는 단 9분만에 사망자 20만명, 부상자 8만명을 낸 히로시마의 원폭참사도,

한 몸이듯 사랑했던 독일병사의 죽음의 기억도 ‘망각’의 무차별적 위력앞에서 희미해지는게 두려운 것이다.

인간은 기억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프랑스 여자는 자기 인생의 어떤 결정적인 사건을 통과하며 절대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것이 희미해지는 체험을 한다. 그녀는 잊지 않기 위해서 사투를 벌인다. 그러나 망각의 막강한 힘은 그 너머에 있다. 잊지 않으려는 대상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왜 그것을 기억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마저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193쪽

그녀가 – 히로시마에서 – 그 일본 남자에게 내어주는 것, 그것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진 가장 귀한 것, 현재 시점의 그녀 표현을 따르자면, 느베르에서 자신의 사랑이 죽고도 살아남았음이다. -186쪽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은 망각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가장 사랑했던 순간도 말이다.

평소에는 잠자코 있지만, 그 트라우마는 각자의 내면속에서 울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시간의 세례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인간의 기억은 우리네 인생이 석양빛으로 저물어가는 순간까지도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죽음으로써 그 기억을 끌어안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이젠 영화에서의 내레이션을 볼 시간이다.





* 1959년 영화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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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8-15 공감(2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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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베르가 히로시마를 기억할 때.

영화를 보고난 뒤 이 책을 다시,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운 좋게도 이 책이 나오고 얼마 뒤 알랭 레네 감독의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도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이 영화를 몇 회 상영해주었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놓친 영화들 가운데 꼭 스크린으로 만나보고 싶은, 아니 그래야만 하는 영화들이 있다. 그런 영화들은 몇 년이고 기다린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그 영화는 스크린에서 못 만날 수도 있다. 그렇다 한들 어쩔 수 없다. 그게 그 영화와 나의 운명일 테니까.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 사랑>도 그런 영화 중 하나였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작품. 영화 좀 본다 하는 사람이라면 익히 보고도 남았을 만한 고전 영화 중 하나. 그런데 나는 이 영화를 이제까지 아끼고 아꼈다. 스크린에서 보게 될 날이 있을 거야! 그때까지 기다릴 거야! 하면서. 그리고 그 기다림은 마침내 찾아왔고, 그토록 오랜 세월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원작 시나리오와 함께 영화가 동시에 2017년 여름에 내게 찾아왔다. 영화는 사실 8월 15일을 즈음해서 그럴 만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에 특별전을 상영했을 것이다. ‘히로시마’니까.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히로시마 내 사랑>을 먼저 읽었다. 아주 오래 전 뒤라스의 거의 자전적인 이야기 <연인>을 읽었을 때처럼 또 한 번 놀랐다. 뒤라스의 글쓰기 재능은 어디까지인가? 이 여자의 대범함, 이 여자의 솔직함, 이 여자의 상처를, 고통을, 그저 상처가 아닌 작품으로 승화하는 능력. 이 여자의 통찰력, 그리고 이 여자의 상상력. 여러 의미에서 놀랐다. <히로시마 내 사랑>에서의 놀라움은 <연인>을 읽었을 때와는 또 조금 달랐다. 시나리오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히로시마, 전쟁, 원자폭탄 이야기를 이렇게도 전할 수 있구나. 아름다운데도 그 참혹함은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 힘은 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글로만 먼저 읽었을 때도 이 짧고 건조한 시나리오에서 통렬한 아픔을 느꼈다. <히로시마 내 사랑> 속의 ‘그녀’- 그녀의 이야기가 한 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충격으로 전율하고 마음이 몹시 아파왔다. 그런 ‘그녀’가 이 세상에 어디 한두 명일까? 그러다가 ‘그녀’의 비밀, 베일이 완전히 벗겨지는 순간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뒤라스의 <히로시마 내 사랑>은 건조한 문체와 뚝뚝 끊어지는 대화, 절대로 친절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읽는 이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히로시마의 그 유명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남자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당신은 히로시마에서 아무것도 보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그러자 그녀는 말한다. ‘난 전부 다 봤어요. 전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남자와 전부 다 봤다고 말하는 여자. 그런데 남자는 일본인이고 여자는 서양, 정확히는 프랑스 여인이다. 그녀는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지던 날, 히로시마는커녕, 일본에 있지 않았다. 남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일본인임에도 그 또한 히로시마를 직접 겪지는 않았다. 그때 그는 다른 곳, 그러니까 ‘전쟁터’에 나가 있던 터였다.

그런데 그들은 이제 수년이 흐른 뒤에 히로시마에서 이렇게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육체- 건조한 육체는 서로 뒤엉켜있다. 뒤라스의 시나리오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한창 사랑을 나누는 중이거나 죽음에 가까운 고통에 사로잡혀 있는 몸, 처음에는 재 가루, 이슬, 원자폭탄으로 인한 죽음의 너울로 뒤덮였다가 그 다음에는 정사 후 땀으로 뒤덮인 몸이 보인다.’ 뒤라스의 말대로 ‘지리적으로, 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인종적으로 등등 최대한 거리가 먼 두 사람에게 히로시마는 에로티시즘, 사랑, 불행의 보편적인 소재들이 가차 없는 조명 아래 모습을 드러내는 공통의 장소’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윽고 여자의 입에서 히로시마 말고도 또 다른 도시의 이름이 등장한다. ‘느베르’- 프랑스 루아르 강 근처의 한 작은 마을. 그녀는 그곳 출신이다. 히로시마와 느베르. 일본 남자와 프랑스 여자. 그 둘이 만났다. 그래서?

원자폭탄이 떨어진 뒤 한참 세월이 흐른 히로시마. 그녀는 평화를 기리는 영화를 찍기 위해 히로시마에 온 프랑스 여배우다. 그녀는 왜, 히로시마에, 히로시마라 부르는 그 남자에게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은 모두 그녀가 온 곳 ‘느베르’와 관련이 있다. 느베르와 히로시마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녀에게서 ‘느베르’를 읽지 못한다면, 읽어내지 못한다면 히로시마도, 그녀도, 그리고 느베르도 영원히 알 수 없다. 그녀는 ‘느베르’에서의 기억 때문에 자신이 히로시마를 보지 못했어도 전/부 다 봤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그 남자를 히로시마라 부르며 짧은 순간이지만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

뒤라스의 이 매혹적인 원작을 읽은 뒤 마침내 레네의 영화를 만났다. 뒤라스가 너무나 친절할 정도로 모든 장면과 인물 묘사까지 세세하게 그렸기에 레네의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은 텍스트를 스크린에 매우 충실하게, 그러나 그 나름의 또 다른 독창성을 담아내어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원자폭탄과 전쟁의 폐허, 인간의 광기를 다루는 것 같으면서도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하는 듯하고, 짧지만 강렬한 어느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전쟁의 참혹함을 이야기하는 듯한, 이 강렬하고도 묘한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이 빼어나게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그러나 또 다른 의미로는 그래서 아프고 고통스러운 <히로시마 내 사랑>은 뒤라스의 시나리오도 레네의 영화도 무엇이 더 좋고 덜 좋고를 논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히로시마 내 사랑>은 전쟁의 고통과 참혹함을 이야기한다고 상투적으로 말하지는 않겠다. 그토록 닳고 닳은 표현으로 이 작품을 말하기에는 뒤라스의 시나리오가, 그리고 레네의 영화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저 히로시마와 느베르, 그와 그녀, 또는 나와 당신의 일상이 전쟁으로 어떻게 일그러지고 또 그것이 제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이 지구의 수많은 그 또는 그녀들의 삶이 어떤 형태로든 이어져 하나의 버섯구름이 어떻게 개개의 인간에서 비구름이 되어 내리는지 조용히 전해줄 뿐이라고. 느베르가 히로시마를 불렀듯이 느베르가 히로시마를 기억하여 고통스러워하듯이, 그러나 망각 속으로 히로시마가 서서히 사라지듯이 인간은 또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를 담담히 전해줄 뿐이라고.




그녀는 '느베르' 그는 '히로시마'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 사랑> 장면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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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8-28 공감(2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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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과연 신의 축복일까, 아니면 신의 저주일까.

개인적으로 처음 읽어보는 영화 시나리오였다. 풍경이나 심리 묘사에 분량을 많이 할애할 수 있는 소설과 달리 인물들의 대사로만 내용이 전개되는 시나리오의 특성상, 책의 난이도와는 별개로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당연하다. 한 페이지에 적혀있는 글자 수가 워낙 적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만큼 그 안에 담긴 뜻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작품에는 프랑스 여성과 일본 남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작품 내용은 이 둘이 나누는 대화가 전부이다. 그 대화 속에서 여성 주인공이 겪었던 참혹한 사연을 회상하고, 지금 이순간이 지나면 끝나버릴 사랑에 더더욱 절박하게 매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만 이들의 언행에서 내가 무엇을 느껴야 하고 깨달아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이 또한 당연하다. ‘뒤라스’의 글이니 말이다. 그러나 해설을 읽으며 안개로 가득 찬 나의 뇌리에 한 줄기 빛이 들어서는 듯했다.

눈앞에 보이는 현재의 평범한 모습을 마주하고 과거의 참상을 끊임없이 똑같은 강도로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다. 역사뿐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기억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프랑스 여자는 자기 인생의 어떤 결정적인 사건을 통과하며 절대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것이 희미해지는 체험을 한다. 그녀는 잊지 않기 위해서 사투를 벌인다. 그러나 망각의 막강한 힘은 그 너머에 있다. 잊지 않으려는 대상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왜 그것을 기억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마저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192~193p)

작품을 읽는 동안 여성 주인공의 태도가 어딘지 모르게 아주 간절하고 절박하게 발버둥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서 혹시 내가 오독을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였다. 하지만 해설을 읽으니 드디어 감상에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았다. 바로 ‘기억’. 주인공은 기억하고 싶어서,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현재 시점의 장면은 일본 남성과 사랑을 교류하는 것이지만, 그녀가 회상하는 과거 시점의 장면은 전쟁 중에 만난 독일군과의 첫사랑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독일의 패전 후 그 병사는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그와 사랑을 나누었다는 사실이 발각된 그녀는 삭발을 당한 후 지하실에 갇혀 지내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을, 망각하고 싶지 않아도 계속 망각하게 되기 때문에 그녀는 기억하려 발버둥치며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이 기억을 잊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그녀에게 아픈 기억, 안좋은 기억임이 분명할 텐데 말이다. 독일 병사인 그 첫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 지하실에 갇힌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내서? 이 부분은 이 책을 다시 읽으며 그 답을 찾아가고 싶다. 완벽한 이해는 어려웠으나 확실히 묵직한 울림이 있었던 뒤라스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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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2024-06-19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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