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펑유(地久天长, So Long, My Son, 2019)
==
세진님, 요청하신 중국 영화 <지구구천장>(So Long, My Son, 2019)에 대한 요약과 평론입니다. 이 영화는 중국 현대사의 굴곡진 흐름 속에 던져진 개인들의 삶을 아주 깊이 있게 다룬 수작이지요.
<지구구천장: 거대한 시간의 물결에 휩쓸린 개인들의 초상>
1. 줄거리 요약
영화 <지구구천장>은 중국의 한 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형제처럼 지냈던 두 가족이 겪는 30년간의 세월을 그린다. 이야기의 비극은 1980년대 초반, 리위안쥔(왕징춘)과 왕리윈(융메이) 부부의 아들 싱싱이 친구 하오하오와 댐에서 놀다 익사하며 시작된다. 하오하오는 사실 리위안쥔의 절친한 친구인 선잉밍과 하이옌 부부의 아들이었다.
이 비극 이전에 이미 두 가족 사이에는 지울 수 없는 상흔이 있었다. 당시 중국의 엄격한 '한 자녀 정책' 하에서, 공장의 계획생육 책임자였던 하이옌은 둘째를 임신한 리윈에게 낙태를 강요했고, 수술 중 사고로 리윈은 영구적으로 불임이 된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싱싱마저 잃게 된 리위안쥔 부부는 과거를 잊기 위해 낯선 남부의 어촌 도시로 떠나 정착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죽은 아들과 닮은 소년을 입양해 똑같이 '싱싱'이라는 이름을 붙여 키우지만, 입양된 아들은 부모의 집착 어린 사랑과 죽은 아이의 대역이라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빗나간다. 세월이 흘러 2010년대, 중국은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 눈부시게 발전하고 선잉밍 가족은 부유해지지만, 과거의 죄책감은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결국 하이옌이 죽음을 앞두고 리위안쥔 부부를 베이징으로 다시 초대하며, 두 가족은 수십 년간 묵혀온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마주하게 된다.
2. 영화 평론
<지구구천장>은 왕샤오슈아이 감독이 중국의 현대사를 조망하는 '국가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영화는 3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 동안 비선형적 구조(Non-linear narrative)를 사용하여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킨다. 이는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는 것보다, 특정 사건이 인물의 내면에 남긴 상처가 현재의 삶에 어떻게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점은 국가의 거대 담론이 개인의 가장 사적인 영역인 '가족'과 '몸'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서늘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낙태 강요, 강제 해고(하강), 급격한 도시화 등 중국의 굵직한 사회적 변화들은 인물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폭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감독은 이를 비명 섞인 분노로 표출하기보다는, 긴 호흡의 롱테이크와 정적인 카메라 워크를 통해 인물들이 겪는 '침묵의 고통'을 관찰한다.
특히 주연 배우 왕징춘과 융메이의 연기는 압권이다. 그들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나란히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슬픔을 터뜨리기보다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깎여나간 돌덩이 같은 표정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 속에서 리위안쥔이 "시간은 멈췄고, 우리는 그저 늙어갈 뿐이다"라고 말하는 대목은 이 영화의 핵심 정서를 관통한다.
결국 영화는 '지구구천장(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치 않음)'이라는 제목처럼, 세상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관계의 연대와 용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가족이 다시 만나 나누는 인사는 단순히 한 개인의 화해를 넘어, 격동의 시대를 견뎌낸 모든 중국인에게 보내는 위로와도 같다. 이 영화는 국가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소모되는 개인들을 향한 가장 따뜻하고도 예리한 애도사라 할 수 있다.
세진님, 이 영화는 특히 상실을 견뎌내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요. 혹시 이 영화의 감독인 왕샤오슈아이의 다른 작품이나, 비슷한 주제를 다룬 제6세대 감독들의 영화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으신가요?
==
==
==
==
Comments
Post a Comment